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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욕심이 난다고 하시다

2019년 2월 7일에 쓴 글:

 

명절이 기다려지는 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를 뵙기 위해서다. 마음이야 매주라도 찾아가 뵙고 싶지만,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가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의 곁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의 말씀을 새겼고, 그 시간이 좋았다.

 

어머니는 총총이를 보면 욕심이 난다고 하셨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서 총총이가 커가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신 것이다.

 

그리고 몇 해 전, 나와 함께 갔던 남해 여행을 말씀하셨다. 그게 정확히 몇 년 전인지 물어보셨다. 그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확진을 받으셨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이었다. 그렇게 추억 하나를 만들어둬서 다행이었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 주중에는 계속 병원에 계시는 어머니께서 얼마나 심심하고 답답하실지,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프다.

 

병원에 있는 사람들이 어머니더러 참 착한데, 착하게 산 것 같은데, 왜 병에 걸려서 병원에 왔냐고 묻는다고 한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평생을 힘들게 어렵게 착하게 살아오셨는데, 대체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아내는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말라고 한다. 그 눈물을 보면 어머니의 마음이 더 아플 것이라고 한다. 나도 총총이가 있으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안다. 그런데 왈칵 터져나오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다. 결국 이번에도 어머니와 함께 울고 말았다.

 

저녁에는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고 로션을 발라드렸다. 그 모습을 총총이가 내 전화기로 찍었다. 그 사진들의 느낌이 좋아서 오래 간직하려고 한다.

 

어머니가 욕심을 오래 가져가시면 좋겠다. 기적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욕심으로 조금이나마 힘을 내셨으면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