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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과 냄새와 환한 웃음이 그립다 어머니는 파킨슨병을 앓으셨다. 그저 갱년기 우울증을 심하게 겪는 정도인 줄 알았던 가족들은 어머니의 병명을 듣고는 놀랐다. 아마 가장 놀란 사람은 어머니 본인이었을 것이다. 병원에서는 치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다고 했다. 누구의 잘못도 누구의 책임도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의 죄책감이 함께 왔다. 이별의 순간은 내 예상보다 너무 일렀다. 자식으로서 제대로 모시지 못한 탓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면 그리움 같은 애틋한 감정보다는 슬프고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든다. 어머니의 마지막은 어머니가 평생 아끼고 돌봤던 가족들에 둘러싸인 상태였다. '어머니의 마지막이 쓸쓸하고 외롭지는 않았.. 더보기
언제쯤 엄마 이야기를 하며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추모 블로그를 소재로 취재를 하고 싶다는 기자님을 만났다. 기사거리가 될까 싶었지만, 그건 내가 아니라 기자님이 알아서 잘 판단해주실 것으로 생각했다. 벌써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2년이 넘었지만 나는 아직도 어머니를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 더는 울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그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눈물이 났다.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
어머니 없이 맞는 어머니의 첫 생신 8월 초, 어머니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맞는 어머니의 생신날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안 계시지만, 이날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서 가족들이 모였어요. 코로나19로 조심스러웠지만 대구 가족이 한 차로 서울까지 올라왔습니다. 어린 조카들이 밥만 먹고 그냥 돌아가는 게 아쉬워서 수족관 관람을 했어요. 점심 때는 아내가 대구 가족을 집으로 모셔서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저녁은 중식당에서 모두 모여 먹었고 어머니 생신과 곧 있을 아버지 생신을 축하했어요. 어머니가 정말 많이 보고 싶었고, 그리워서 눈물을 흘리고 싶은 날이었어요. 어머니. 하늘에서 다 보고 계셨죠? 어머니 안 계시지만 저희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 아버지 걱정은 너무 많이 하지 마셔요. 잘 지내고 계십니다. 누나와 제가 더 자주 챙길게요. 어머니가 항상 함.. 더보기
어머니가 떠나시고, 49일이 지났어요 따로 49제를 하진 않았습니다. 가족들이 모여 어머니 계신 곳을 찾았어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던 때라 모든 게 조심스러웠어요. 어머니가 계신 덕안사 추모공원엔 벚꽃이 폈습니다. 어머니는 가셨지만, 어머니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남았습니다. 포근한 날씨를 함께 만끽하고 화사한 봄꽃을 함께 구경했습니다. 어머니, 보고 계시죠? 저희 잘 지내고 있어요. 아버지도 마음은 힘드시겠지만, 잘 이겨내고 계세요. 항상 어머니가 함께 계신다는 걸 느끼고 또 확인하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더보기
나의 사랑하는 외숙모께 | 조카 민정의 편지 나의 사랑하는 외숙모께 외숙모에 대한 기억을 거슬러올라 갔어요. 90년대 어느 겨울 밤이었어요. 그때는 아파트에 살고 계셨고, 저는 엄마, 언니와 함께 외숙모 집에서 잠을 잤어요. 추울까봐 걱정되셔서 난방을 세게 해주셨는데, 어린 저는 못 견뎌하며 엄마와 외숙모에게 있는대로 짜증을 냈습니다. 외숙모께서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로 ‘야야 민정아 많이 덥나, 외숙모가 문 열어줄게 이쪽으로 와라’ 말씀해주셨던 것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제가 대구에 간다고 할 때에는 항상 외숙모 집에만 머물게 된 것이. 폐가 될 줄 알면서도 저는 제 마음이 더 중요했던가봐요. 다른 곳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아 속병이 항상 났기 때문에 외숙모 댁에만 갔어요. 언젠가 한번은 저혼자 외숙모 댁에 오래 머물던 때가.. 더보기
삼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조문 답례 인사 삼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어머니 장례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는 않습니다만, 투병 중이셨던 어머니가 평안히 긴 잠에 드셨다고 생각하며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이 곳 페이스북에서도 그리고 여러 경로로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가족 모두 큰 힘을 받았습니다. 멀리 대구까지 와주신 분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울음이 터져나와서 쑥스러웠습니다. 많은 분들의 위로와 격려를 받으면서,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너무 오래 깊이 빠져 있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니의 몫까지 잘 살아가자는 굳은 다짐을 가족들과 나누었습니다. 장례 기간, 대구 지역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급증 소식에 조문 와주신 분들께 참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건강 유의하.. 더보기
어머니, 편히 쉬세요 | 삼우제 어머니. 오늘 아침 삼우제를 지냈습니다. 이로써 장례 절차가 모두 끝이 났다고 하네요. 가족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누나, 매형, 이쁜 조카들. 어머니와 정말 많이 닮은 이모들. 그리고 둘째 이모부. 며느리와 아이들은 서울에서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구, 경북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요. 아버지께서 쓰신 편지글은 어떠셨어요. 저는 아버지가 그런 글을 쓰신 줄도 몰랐네요. 투박하지만 솔직한 마음을 담아서 쓰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편지글을 읽으니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저와 누나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아버지께서도 글 쓰면서 많이 우셨다고 합니다. 어머니. 못 다한 효도를 후회하는 어리석은 짓은 이제 그만두어야겠지요. 어머니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더 .. 더보기
故 복진옥님께 드리는 글 | 삼우제 故 복진옥님께 드리는 글 생전에 자네에게 이런 글을 쓴 적이 없는 것 같네. 전라도 사람인 나와 경상도 사람인 자네와 만나 우여곡절 속에 결혼을 하였네. 그리고 자네와 나 사이에 딸 박주희, 사위 이OO, 큰외손녀 이OO, 둘째외손녀 이OO, 아들 박세희, 며느리 오OO, 큰손주 박OO, 둘째손주 박OO을 만났네. 그리고 양가 사돈들과 인연을 맺어주어 감사하네. 전라도에서는 묘지를 만들 때 고인의 유택이라고 한다네. 자네도 잘 알다시피 나의 고향 선산에 자네와 나 그리고 우리 후손이 함께할 “만오추모공원”을 만들어 놓았네. 그곳은 아침에 태양이 먼저 뜨고 가장 늦게 지는 곳으로 명당 중에 명당이라네. 그러나 그곳에 안치를 못하고 가창 용계다리 부근에 덕안사에 자네를 안치하였네. 아들과 딸의 의견을 받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