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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꽃을 보내지 말라고 하시다

2018년 6월 17일에 쓴 글:

 

어버이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며칠째 통화를 하지 못했던 나는 전화기에 “어머니” 표시가 뜨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애비야.
- 네. 어머니.

이번 어버이날에는 꽃 보내지 말거라.
- 네? 무슨 말씀이세요. 꽃 얼마나 한다고. 그냥 보낼게요.

아니다. 보내지 말아라. 엄마 말 좀 들어줘.
- 음. 네. 엄마 말씀에 따를게요. 대신 꽃 값을 보낼게요.

아니다. 그렇게 하지 말아라. 앞으로는 꽃 안 보내도 된다.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호적상 1961년생으로 아직 환갑도 지나지 않은 어머니는 병환으로 급격히 기력이 약해지셨다. 꼭 두 해 전에 진단을 받으셨는데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병이 아니었다. 그저 약을 복용함으로써 병의 진행만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좋다는 병원을 가보았지만 특별한 묘약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일상 생활이 차츰 어려워지는데 그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제시해 줄 뿐이었다.

 

어딘가를 가고 싶어도 주변의 도움이 없이는 갈 수 없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지셨다. 몇 달 전만 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셨다고 한다. 운동 능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식사와 용변을 직접 하실 수 있는 정도이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마저도 언제 어렵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수화기 건너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날로 약해진다. 그나마 유일한 즐거움이 손자의 사진과 영상을 보시는 것이다. 원격으로라도 자주 보여드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이다.

 

어버이날. 꽃을 보내지 말라고 하는 어머니의 말씀이 너무나도 슬프다. 나를 낳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께서 날로 약해지시는 게 보기 힘들다. 아들로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해드린 것이 없어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