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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어머니의 공감 능력(?)에 놀라다

2013년 10월 4일에 쓴 글:

 

대구에 도착하자마자 우연히 한 회식 자리에 따라갔고(소고기 먹는다는 얘기에 꾀임), 그 자리에서 엄청나게 과음을 했다. 급기야 어제 새벽에는 정신을 못 차리고 이리저리 헤매었고 그 대미는 중력을 거스르는 역류 사태로 장식했다.

어제 저녁 밥상머리에서 나의 이 미련한 폭음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께서 글쎄 “한 번씩 그렇게 위로도 빼고 그러면 좋다(?)”라는 도저히 자연의 순리나 건강상식에 맞다고 생각하기 힘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닌가.

당연히 불쌍한 아들을 감싸기 위해서 하신 말씀일텐데, 듣는 나로서도 좀 어이가 없어서 마구 웃었다.

어머니께서 걱정 안 하시게 내 몸 알아서 잘 챙겨야겠다 싶었다. 누군가의 편이 되어준다는 건 이런 것인가 싶다가도.

오늘 부모님께서 서울에 오시는 바람에, ‘공감’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됐다.

서울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대구로 내려갈 채비를 하시던 어머니께서 나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아버지 몰래 용돈을 쥐어주셨다.

스물아홉 먹은 아들 체면상 극구 거절을 하였지만 당신이 덜 쓰면 덜 썼지 너는 서울에서 돈이 떨어지면 어찌 하겠느냐 하시며 어여 받으라고 하셨다.

용돈을 받아넣으면서 꼭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쓰겠다고 말씀드리자, 어머니 말씀이, 그래 당연히 알아서 필요한 데 잘 쓰겠지 하셨다가, 그런데 돈을 또 어떻게 꼭 필요한 곳에만 쓸 수 있느냐, 돈이라는 게 쓰다보면 쓸데없는 곳에도 쓰고 하는 게 돈을 쓰는 것이지, 그러니까 쓸데없이도 쓰고 그렇게 해라, 하시는 것이 아닌가.

이 얘기를 낮에 잠시 학교에 들른 가슬누나께 했더니 그건 다 네 어머니께서 너를 깊이 믿으시니까 그러신 거다, 라고 설명을 해주었지만, 나로서는 누군가의 편이 되어준다는 건 이런 것인가 싶다가도.

아무튼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