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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고향에 가기 위해 명절 때마다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했다 온 집안에 식용유 냄새가 아주 진동을 한다. 추석 전날이다. 나는 먹기 위해 사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 굳이 편을 가르자면 살기 위해 먹는 쪽에 가깝다. 어차피 배를 채우고 허기를 달래는 거라면 그저 속 편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한다. 매끼니 같은 음식을 먹게 된다고 해도 크게 불만은 없다. 무던하게 잘 버틸 자신이 있다. 추석 날이다. 차례를 지내고 저녁에 처가에 왔다. 우연히 여기 동두천시 보산동에 ‘핫피자Hot Pizza’가 유명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서울에서도 먹으러 올 정도라고 했다. 나는 이 피자를 먹고 까무러칠 정도로 맛있어서 죽기 전에 다시 이 피자를 꼭 먹고 싶다고 쓰고 이 글을 끝내고 싶었다. 배달은 안 되고 방문 포장만 되는 이 피자가게에 가서 15분 기.. 더보기
어머니와 아버지의 연애시절 사진 아마도 1980년대 초반. 어머니도 아버지고 젊고 귀여우셨다. 그런데 대구 근처에 저렇게 동굴 속까지 들어갈 수 있는 관광 명소가 있었던가. 더보기
대구 동구 신암동에 살던 시절의 추억 2018년 10월 3일에 쓴 글: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 대구 동구 신암동의 명소는 단연 강남약국이었다. 동대구시장의 초입에 있던 그 약국 앞은 만남의 장소요 랠리포인트였다. 그 약국의 이름을 딴 버스정류장이 있기도 했다. 우리 집에서 그 약국으로 가는 길에 작은 서점이 하나 있었다. 철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른 한 명이 걸을 수 있는 좁은 통로가 나 있고 양쪽으로 책이 가득 쌓여있었다. 서점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역시 K서점이었을까. 서점 입구에는 역시 잡지가 빼곡히 놓여 있었고, 안쪽으로 갈수록 책장은 점점 높아져 내 키를 훌쩍 넘는 높이에도 책이 가득 꽂혀 있었다. 그 동네에서 거의 유일한 서점이었다. 부모님 손을 잡고 서점에 들러 책 구경을 하고 딱 한 권의 책을 살 수 있었다. 주로.. 더보기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들은 손주의 목소리 할머니, 보고 싶어요. 할머니, 아프지 마세요. 할머니, 좋아요. 할머니, 사랑해요. 할머니, 많이 많이 사랑해요. 더보기
어머니가 자식들을 힘껏 믿어주시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자식들을 힘껏 믿어주시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 입장일 때는 부모가 자식을 믿어주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몰랐다. 부모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 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이제 나도 부모가 되고 보니, 부모로서 자식을 믿어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어머니는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하면 그 무언가가 대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거나 해가 되는 줄도 모르시면서 그저 아들이 하고 싶다고 하니 다 이유가 있겠지 하시며 믿고 전폭적으로 밀어주셨다. 사례를 들자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장례식 때 누나가 해 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누나는 미대 입시를 준비했다. 대구에서 서울권 미대 진학을 노렸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구에 있는 미술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더보기
어머니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다 2020년 2월 16일에 쓴 글: 약 2달 전에 쓴 메모. 어머니. 점점 기력이 약해지시는 게 느껴졌다. 마음이 아팠다. 오늘은 울지 않았다. 어머니의 표정에서 어떤 결기 같은 것을 느꼈다. 내가 어머니의 상황이었다면 지금 어땠을까. 진즉 무너지지 않았을까.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버티고 계셨다. (2019.12.08)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는 가만히 병상에 누워계시지만 그 가만히 계심이 계속 살아가겠다는 투쟁으로 보였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계신 듯 보였다. 어머니는 아직 포기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내가 마음을 약하게 먹어서 되겠는가. (2019.12.08) 그리고 오늘. 듣기만 해도 무서운 병명의 진단이 나왔을 때부터 ‘죽음’이라는 단어는 줄곧 어머니 곁을 맴돌았다. 차.. 더보기
어머니의 파리한 얼굴을 보다 2019년 3월 1일에 쓴 글: 병실에 누운 어머니의 파리한 얼굴이 서글프다. 감정이 사무쳐서 머리가 어지럽다. 이건 이르다. 일러도 너무 이르다. — 그러나 우리의 삶에는 이르고 더디고가 없음을, 삶에는 기약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음을 안다. 좀 더 어릴 때는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감히 미래마저 궁금했지만, 지금은 다가올 일들을 미리 엿보는 것이 때론 가혹한 일이 될 수 있음을 안다. — 그 고통을, 그 고생을 감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모르면 모르는 채로 겁없이 돌파해낼 일을 미리 다 보고도 다시 그 길을 걷게 되겠는가, 이 말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닐진데, 아픈 사람은 죄인이 되고 가족들은 연좌의 굴레를 쓴다. 병은 단란한 가족의 빠듯한 웃음을 앗아가고 실낱의 희망마저 유린한다. — 누구도 피해.. 더보기
어머니가 욕심이 난다고 하시다 2019년 2월 7일에 쓴 글: 명절이 기다려지는 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를 뵙기 위해서다. 마음이야 매주라도 찾아가 뵙고 싶지만,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가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의 곁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의 말씀을 새겼고, 그 시간이 좋았다. 어머니는 총총이를 보면 욕심이 난다고 하셨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서 총총이가 커가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신 것이다. 그리고 몇 해 전, 나와 함께 갔던 남해 여행을 말씀하셨다. 그게 정확히 몇 년 전인지 물어보셨다. 그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확진을 받으셨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이었다. 그렇게 추억 하나를 만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