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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자식들을 힘껏 믿어주시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자식들을 힘껏 믿어주시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 입장일 때는 부모가 자식을 믿어주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몰랐다. 부모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 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이제 나도 부모가 되고 보니, 부모로서 자식을 믿어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어머니는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하면 그 무언가가 대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거나 해가 되는 줄도 모르시면서 그저 아들이 하고 싶다고 하니 다 이유가 있겠지 하시며 믿고 전폭적으로 밀어주셨다.

 

사례를 들자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장례식 때 누나가 해 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누나는 미대 입시를 준비했다. 대구에서 서울권 미대 진학을 노렸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구에 있는 미술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걸로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지방에 사는 입시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서울로 올라와서 입시 특강 같은 것을 들었다. 여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었다.

 

누나 역시 이런 입시 특강을 듣고 싶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주저하였다고 한다. 어머니께만 말씀을 드렸고, 어머니는 아버지께 잘 말씀드려주시겠다고 하며 입시 특강을 보내주셨다.

 

나중에 누나가 알게 된 바로는 어머니는 아버지께 추가 비용이 없다고 설명하셨고 실제로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어머니 선에서 해결을 하셨다고 한다.

 

그 비용이 얼마 정도였는지 나는 모른다.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서 아버지가 딱히 반대를 하셨을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당시 누나는 아버지께 말씀드리는 걸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고, 어머니 역시 그런 사정을 알았기에 어머니 선에서 적절히 해결을 하셨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

 

어머니가 그 돈이 어디서 나셨는지는 모르겠다. 누나도 나도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께 무엇이든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고, 어머니는 어떻게 해서든 누나와 나의 요청을 들어주려고 하셨다. 누나와 나를 있는 힘껏 믿어주신 것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신뢰는 항상 좋은 결과로 나타날까. 자식이 부모를 속이고 잘못된 길로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적어도 누나와 나는 부모님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부모님 역시 최선을 다해 살고 계신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기회를 헛되이 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아이들을 있는 힘껏 믿어주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 어려운 일인 건 알지만, 노력해보고 싶다. 누나와 나를 믿어주셨던 어머니의 마음을 떠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