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일에 쓴 글:
어머니는 내가 먼 길을 가야할 땐 항상 아침을 먹이신다. 오늘도 따끈한 된장국에 갓 지은 현미밥을 먹고 서울로 왔다.
요리조리 꼭꼭 씹어가며 맛있게 식사를 하던 중에 어머니께서 봉투 하나를 내미셨다. 많이 못 넣었는데 아쉽지 않게 쓰면 좋겠다고.
나는 당연히 마다하며 아니 어머니가 무슨 돈이 있으셔서 이런 걸 나한테 주시냐며 내가 용돈을 못 드리는 게 죄송할 따름이니 넣어두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냥 고맙다고 하고..., 그래, 고마운 일이기는 하니까 고맙다고 하고 받아서 요긴하게 쓰면 될 것이지, 당신은 없으면 그저 안 쓰면 그만이지만 너는 지금 한창 공부하느라 여기저기 돈이 들어갈 때가 아니냐며 다그치셨다.
더 드릴 말씀이 없어 감사하고 꼭 아껴서 쓰겠노라며 덥썩 받아왔다.
나는 항상 어머니가 마음에 걸린다. 아버지는 어쨌든 잘 살아가실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혼한 누이가 그나마 가까이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어머니의 봉투를 받고 난 이후, 10원 한 푼도 함부로 쓰질 못 하겠다. 3,000원 하는 커피가 너무 비싸게 느껴진다. 어머니의 용돈은 금액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허투루 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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