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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꽃을 보내지 말라고 하시다 2018년 6월 17일에 쓴 글: 어버이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며칠째 통화를 하지 못했던 나는 전화기에 “어머니” 표시가 뜨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애비야. - 네. 어머니. 이번 어버이날에는 꽃 보내지 말거라. - 네? 무슨 말씀이세요. 꽃 얼마나 한다고. 그냥 보낼게요. 아니다. 보내지 말아라. 엄마 말 좀 들어줘. - 음. 네. 엄마 말씀에 따를게요. 대신 꽃 값을 보낼게요. 아니다. 그렇게 하지 말아라. 앞으로는 꽃 안 보내도 된다.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호적상 1961년생으로 아직 환갑도 지나지 않은 어머니는 병환으로 급격히 기력이 약해지셨다. 꼭 두 해 전에 진단을 받으셨는데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병이 아니었다. 그저 약을 복용함으로써 병의 진행만 .. 더보기
어머니의 공감 능력(?)에 놀라다 2013년 10월 4일에 쓴 글: 대구에 도착하자마자 우연히 한 회식 자리에 따라갔고(소고기 먹는다는 얘기에 꾀임), 그 자리에서 엄청나게 과음을 했다. 급기야 어제 새벽에는 정신을 못 차리고 이리저리 헤매었고 그 대미는 중력을 거스르는 역류 사태로 장식했다. 어제 저녁 밥상머리에서 나의 이 미련한 폭음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께서 글쎄 “한 번씩 그렇게 위로도 빼고 그러면 좋다(?)”라는 도저히 자연의 순리나 건강상식에 맞다고 생각하기 힘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닌가. 당연히 불쌍한 아들을 감싸기 위해서 하신 말씀일텐데, 듣는 나로서도 좀 어이가 없어서 마구 웃었다. 어머니께서 걱정 안 하시게 내 몸 알아서 잘 챙겨야겠다 싶었다. 누군가의 편이 되어준다는 건 이런 것인가 싶다가도.. 더보기
한가위를 맞아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나주에 다녀오다 2011년 9월 16일에 쓴 글: 한가위 때 나주 다녀오면서 느낀 건, 아버지랑 어머니랑 항상 투닥투닥 옥신각신 하셔도 두 분은 30년 가까이 함께 한 둘도 없는 친구사이라는 점이다. 아버지는 운전 내내, “주희엄마, 이 길 좀 봐봐.”, “주희엄마, 그 사람 기억나?”, “주희엄마, 그거 알지?”, “주희엄마, 지갑 좀 찾아줘.” 등, 어머니를 찾느라 바쁘셨다. 가만히 듣고보니 아버지께서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어서 너를 장가 보내고, 모든 숙제를 끝내고, 어딘가 홀로 떠나고 싶다”)과는 좀 다르지 않은가. (웃음) 더보기
어머니로부터 용돈을 받다 2012년 10월 3일에 쓴 글: 어머니는 내가 먼 길을 가야할 땐 항상 아침을 먹이신다. 오늘도 따끈한 된장국에 갓 지은 현미밥을 먹고 서울로 왔다. 요리조리 꼭꼭 씹어가며 맛있게 식사를 하던 중에 어머니께서 봉투 하나를 내미셨다. 많이 못 넣었는데 아쉽지 않게 쓰면 좋겠다고. 나는 당연히 마다하며 아니 어머니가 무슨 돈이 있으셔서 이런 걸 나한테 주시냐며 내가 용돈을 못 드리는 게 죄송할 따름이니 넣어두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냥 고맙다고 하고..., 그래, 고마운 일이기는 하니까 고맙다고 하고 받아서 요긴하게 쓰면 될 것이지, 당신은 없으면 그저 안 쓰면 그만이지만 너는 지금 한창 공부하느라 여기저기 돈이 들어갈 때가 아니냐며 다그치셨다. 더 드릴 말씀이 없어 감사하고 꼭 아껴서 쓰겠노.. 더보기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길에서 어머니는 아픈 중에도 손주들 재롱에는 힘껏 웃어주셨지요. 그 웃음을 보고 있으면 어머니가 금방이라도 다시 건강해지실 것만 같았어요.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어머니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감성적인 멜로디의 올드팝을 좋아하셨어요. 의외로 힙합도 좋아하셨고요. 영화관 나들이도 좋아하셨어요. 아주 가끔 수성못 근처를 같이 걷기만 해도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사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고 즐길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어머니 생전 가장 좋아했던 존재들인 손주들이 어머니 영정 앞을 뛰어다닙니다. 할머니 사진은 여깄는데 할머니는 어디 계시냐며 천진하게 묻습니다. 환히 웃고 있는 어머니 .. 더보기
어머니 생신을 까먹다 2008년 7월 19일에 쓴 글: 어제는 어머니 생신 날이었다. 분명히 스케줄러에 적어놓았는데, 새벽에 귀가해서 오후께나 잠에서 깬 덕에 종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머니 전활 받았다. “아들, 오늘 엄마 생일인 거 알고 있었어?” 아뿔싸. 지금껏 해드린 것도 없고, 해드릴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오늘은 꼭 먼저 전화해서 축하하고 싶었는데…. 부끄러운 마음으로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죄송하고 사랑한다고, 생신 축하한다고. 앞으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답하겠다고.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아들 너 잘하고 있어. 엄마는 우리 가족 행복하면 축복이란다. 아들 축하받으니 정말 기뻐. 잘자.”라고 답해주셨다. 어무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십시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