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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들은 손주의 목소리 할머니, 보고 싶어요. 할머니, 아프지 마세요. 할머니, 좋아요. 할머니, 사랑해요. 할머니, 많이 많이 사랑해요. 더보기
어머니가 자식들을 힘껏 믿어주시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자식들을 힘껏 믿어주시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 입장일 때는 부모가 자식을 믿어주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몰랐다. 부모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 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이제 나도 부모가 되고 보니, 부모로서 자식을 믿어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어머니는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하면 그 무언가가 대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거나 해가 되는 줄도 모르시면서 그저 아들이 하고 싶다고 하니 다 이유가 있겠지 하시며 믿고 전폭적으로 밀어주셨다. 사례를 들자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장례식 때 누나가 해 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누나는 미대 입시를 준비했다. 대구에서 서울권 미대 진학을 노렸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구에 있는 미술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더보기
삼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조문 답례 인사 삼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어머니 장례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는 않습니다만, 투병 중이셨던 어머니가 평안히 긴 잠에 드셨다고 생각하며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이 곳 페이스북에서도 그리고 여러 경로로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가족 모두 큰 힘을 받았습니다. 멀리 대구까지 와주신 분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울음이 터져나와서 쑥스러웠습니다. 많은 분들의 위로와 격려를 받으면서,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너무 오래 깊이 빠져 있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니의 몫까지 잘 살아가자는 굳은 다짐을 가족들과 나누었습니다. 장례 기간, 대구 지역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급증 소식에 조문 와주신 분들께 참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건강 유의하.. 더보기
어머니, 편히 쉬세요 | 삼우제 어머니. 오늘 아침 삼우제를 지냈습니다. 이로써 장례 절차가 모두 끝이 났다고 하네요. 가족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누나, 매형, 이쁜 조카들. 어머니와 정말 많이 닮은 이모들. 그리고 둘째 이모부. 며느리와 아이들은 서울에서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구, 경북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요. 아버지께서 쓰신 편지글은 어떠셨어요. 저는 아버지가 그런 글을 쓰신 줄도 몰랐네요. 투박하지만 솔직한 마음을 담아서 쓰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편지글을 읽으니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저와 누나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아버지께서도 글 쓰면서 많이 우셨다고 합니다. 어머니. 못 다한 효도를 후회하는 어리석은 짓은 이제 그만두어야겠지요. 어머니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더 .. 더보기
어머니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다 2020년 2월 16일에 쓴 글: 약 2달 전에 쓴 메모. 어머니. 점점 기력이 약해지시는 게 느껴졌다. 마음이 아팠다. 오늘은 울지 않았다. 어머니의 표정에서 어떤 결기 같은 것을 느꼈다. 내가 어머니의 상황이었다면 지금 어땠을까. 진즉 무너지지 않았을까.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버티고 계셨다. (2019.12.08)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는 가만히 병상에 누워계시지만 그 가만히 계심이 계속 살아가겠다는 투쟁으로 보였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계신 듯 보였다. 어머니는 아직 포기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내가 마음을 약하게 먹어서 되겠는가. (2019.12.08) 그리고 오늘. 듣기만 해도 무서운 병명의 진단이 나왔을 때부터 ‘죽음’이라는 단어는 줄곧 어머니 곁을 맴돌았다. 차.. 더보기
어머니의 파리한 얼굴을 보다 2019년 3월 1일에 쓴 글: 병실에 누운 어머니의 파리한 얼굴이 서글프다. 감정이 사무쳐서 머리가 어지럽다. 이건 이르다. 일러도 너무 이르다. — 그러나 우리의 삶에는 이르고 더디고가 없음을, 삶에는 기약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음을 안다. 좀 더 어릴 때는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감히 미래마저 궁금했지만, 지금은 다가올 일들을 미리 엿보는 것이 때론 가혹한 일이 될 수 있음을 안다. — 그 고통을, 그 고생을 감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모르면 모르는 채로 겁없이 돌파해낼 일을 미리 다 보고도 다시 그 길을 걷게 되겠는가, 이 말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닐진데, 아픈 사람은 죄인이 되고 가족들은 연좌의 굴레를 쓴다. 병은 단란한 가족의 빠듯한 웃음을 앗아가고 실낱의 희망마저 유린한다. — 누구도 피해.. 더보기
故 복진옥님께 드리는 글 | 삼우제 故 복진옥님께 드리는 글 생전에 자네에게 이런 글을 쓴 적이 없는 것 같네. 전라도 사람인 나와 경상도 사람인 자네와 만나 우여곡절 속에 결혼을 하였네. 그리고 자네와 나 사이에 딸 박주희, 사위 이OO, 큰외손녀 이OO, 둘째외손녀 이OO, 아들 박세희, 며느리 오OO, 큰손주 박OO, 둘째손주 박OO을 만났네. 그리고 양가 사돈들과 인연을 맺어주어 감사하네. 전라도에서는 묘지를 만들 때 고인의 유택이라고 한다네. 자네도 잘 알다시피 나의 고향 선산에 자네와 나 그리고 우리 후손이 함께할 “만오추모공원”을 만들어 놓았네. 그곳은 아침에 태양이 먼저 뜨고 가장 늦게 지는 곳으로 명당 중에 명당이라네. 그러나 그곳에 안치를 못하고 가창 용계다리 부근에 덕안사에 자네를 안치하였네. 아들과 딸의 의견을 받아서.. 더보기
어머니가 욕심이 난다고 하시다 2019년 2월 7일에 쓴 글: 명절이 기다려지는 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를 뵙기 위해서다. 마음이야 매주라도 찾아가 뵙고 싶지만,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가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의 곁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의 말씀을 새겼고, 그 시간이 좋았다. 어머니는 총총이를 보면 욕심이 난다고 하셨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서 총총이가 커가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신 것이다. 그리고 몇 해 전, 나와 함께 갔던 남해 여행을 말씀하셨다. 그게 정확히 몇 년 전인지 물어보셨다. 그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확진을 받으셨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이었다. 그렇게 추억 하나를 만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