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isode 어머니의 파리한 얼굴을 보다 2019년 3월 1일에 쓴 글: 병실에 누운 어머니의 파리한 얼굴이 서글프다. 감정이 사무쳐서 머리가 어지럽다. 이건 이르다. 일러도 너무 이르다. — 그러나 우리의 삶에는 이르고 더디고가 없음을, 삶에는 기약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음을 안다. 좀 더 어릴 때는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감히 미래마저 궁금했지만, 지금은 다가올 일들을 미리 엿보는 것이 때론 가혹한 일이 될 수 있음을 안다. — 그 고통을, 그 고생을 감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모르면 모르는 채로 겁없이 돌파해낼 일을 미리 다 보고도 다시 그 길을 걷게 되겠는가, 이 말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닐진데, 아픈 사람은 죄인이 되고 가족들은 연좌의 굴레를 쓴다. 병은 단란한 가족의 빠듯한 웃음을 앗아가고 실낱의 희망마저 유린한다. — 누구도 피해.. 더보기
-
episode 어머니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다 2020년 2월 16일에 쓴 글: 약 2달 전에 쓴 메모. 어머니. 점점 기력이 약해지시는 게 느껴졌다. 마음이 아팠다. 오늘은 울지 않았다. 어머니의 표정에서 어떤 결기 같은 것을 느꼈다. 내가 어머니의 상황이었다면 지금 어땠을까. 진즉 무너지지 않았을까.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버티고 계셨다. (2019.12.08)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는 가만히 병상에 누워계시지만 그 가만히 계심이 계속 살아가겠다는 투쟁으로 보였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계신 듯 보였다. 어머니는 아직 포기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내가 마음을 약하게 먹어서 되겠는가. (2019.12.08) 그리고 오늘. 듣기만 해도 무서운 병명의 진단이 나왔을 때부터 ‘죽음’이라는 단어는 줄곧 어머니 곁을 맴돌았다. 차.. 더보기
이 블로그의 최신 글
-
아버지의 고향에 가기 위해 명절 때마다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했다 온 집안에 식용유 냄새가 아주 진동을 한다. 추석 전날이다. 나는 먹기 위해 사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 굳이 편을 가르자면 살기 위해 먹는 쪽에 가깝다. 어차피 배를 채우고 허기를 달래는 거라면 그저 속 편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한다. 매끼니 같은 음식을 먹게 된다고 해도 크게 불만은 없다. 무던하게 잘 버틸 자신이 있다. 추석 날이다. 차례를 지내고 저녁에 처가에 왔다. 우연히 여기 동두천시 보산동에 ‘핫피자Hot Pizza’가 유명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서울에서도 먹으러 올 정도라고 했다. 나는 이 피자를 먹고 까무러칠 정도로 맛있어서 죽기 전에 다시 이 피자를 꼭 먹고 싶다고 쓰고 이 글을 끝내고 싶었다. 배달은 안 되고 방문 포장만 되는 이 피자가게에 가서 15분 기.. 더보기
-
어머니의 손과 냄새와 환한 웃음이 그립다 어머니는 파킨슨병을 앓으셨다. 그저 갱년기 우울증을 심하게 겪는 정도인 줄 알았던 가족들은 어머니의 병명을 듣고는 놀랐다. 아마 가장 놀란 사람은 어머니 본인이었을 것이다. 병원에서는 치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다고 했다. 누구의 잘못도 누구의 책임도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의 죄책감이 함께 왔다. 이별의 순간은 내 예상보다 너무 일렀다. 자식으로서 제대로 모시지 못한 탓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면 그리움 같은 애틋한 감정보다는 슬프고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든다. 어머니의 마지막은 어머니가 평생 아끼고 돌봤던 가족들에 둘러싸인 상태였다. '어머니의 마지막이 쓸쓸하고 외롭지는 않았.. 더보기
-
언제쯤 엄마 이야기를 하며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추모 블로그를 소재로 취재를 하고 싶다는 기자님을 만났다. 기사거리가 될까 싶었지만, 그건 내가 아니라 기자님이 알아서 잘 판단해주실 것으로 생각했다. 벌써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2년이 넘었지만 나는 아직도 어머니를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 더는 울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그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눈물이 났다.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
-
어머니 없이 맞는 어머니의 첫 생신 8월 초, 어머니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맞는 어머니의 생신날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안 계시지만, 이날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서 가족들이 모였어요. 코로나19로 조심스러웠지만 대구 가족이 한 차로 서울까지 올라왔습니다. 어린 조카들이 밥만 먹고 그냥 돌아가는 게 아쉬워서 수족관 관람을 했어요. 점심 때는 아내가 대구 가족을 집으로 모셔서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저녁은 중식당에서 모두 모여 먹었고 어머니 생신과 곧 있을 아버지 생신을 축하했어요. 어머니가 정말 많이 보고 싶었고, 그리워서 눈물을 흘리고 싶은 날이었어요. 어머니. 하늘에서 다 보고 계셨죠? 어머니 안 계시지만 저희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 아버지 걱정은 너무 많이 하지 마셔요. 잘 지내고 계십니다. 누나와 제가 더 자주 챙길게요. 어머니가 항상 함.. 더보기